기타

20배율 안경형 루뻬 방출 에피소드

xerxer 2022. 8. 18. 19:49

8년 전쯤 작은 부품 납땜하는데 써볼까하여 20배율 안경형 루뻬를 장만했었다.

(눈도 나빠져 가고 있었으며 미니 전동 RC도 가지고 있을때라 FET 적층도 가끔 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안경형이긴 했으나 무거운 루뻬가 2개나 달리다보니,

허접한 구조로는 얼굴에 실제 안경처럼 안정적으로 끼고 있기가 너무 어려워서

실 사용은 한번도 못하고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서랍 정리중 눈에 띄길래 다시 한번 사용해 볼까 하여 착용했으나

아무것도 안보이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싶어서 렌즈 바로 1cm미만 앞까지 손가락을 들이대었더니,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건 돋보기가 아니라 오히려 현미경에 가까울 정도의 배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가시가 박힐경우 아주 유용하겠다 싶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언젠가 박힐 가시 빼는데 써 먹으려고 또다시 방출을 보류하는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당근에 올렸다.

이런거 필요한 사람이 있겠나 싶었는데..

의외로 두시간도 안되어 문의가 왔다.

그런데....

구매자: XXX 버스 정류장에서 받을 수 있을까요?

사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구매자가 여기까지 오는것이 원칙인데다 지하철 역도 아니고 버스 정류장이라니...

나 : 어렵습니다.

 

그런데...

구매자: X번 버스 기사입니다.

아... 그러셨구나. 120%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버스앱 통해 어디쯤 오고 있는지 보고 있다가

2~3분쯤 전에 버스 정류장까지 나가서

앞문 열어주시길래 물건 건네드리고 돈 받고 서로 인사하고 기분좋게 당근거래 완료했다.

8년동안 나한테 와서 아무런 역할을 못하더니

마지막으로 특이한 경험을 선사하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