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중국산 선풍기 1호기 20년간 손봐가며 사용기

xerxer 2022. 5. 20. 21:31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여 올해도 선풍기를 꺼냈다.

세식구인데도 선풍기는 7대이다.

물론 일반적인 14~16인치 선풍기도 있고, 다이슨짝퉁도 있으며

12인치 1+1 장난감처럼 생긴 선풍기에도

가장 최근에 구입한 중국산 DC선풍기도 있다.

우리집 1호 선풍기는 20년쯤 된 중국산 선풍기이다.(총각때부터 썼는지 딸아이 태어나는 즈음 구입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여튼 20년쯤 되었다)

16인치로 처음 구입해 보았으며, 대단히 저렴한 가격이어서 중국산이라도 2~3년만 쓰면 성공이라 생각했다.

플라스틱 재질이 뭔가 재활용재질로 만든듯 흐리멍텅하여 깔끔해 보이진 못했으나

나름 8시간 타이머조절에 자연풍,수면풍지원되고 리모콘까지 있는..

당시로서는 있을만한 기능은 다 있는 제품이었다.

중국산 윈드피아!!

의외로 2인치 차이임에도 14인치보다 훨씬 조용하면서도 풍부하고 섬세한 바람에 놀랐으며

선풍기 바람개비가 큰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받침과 몸통, 헤드부까지 분리되므로, 여름 지나서 보관도 편했고

7~8년간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

첫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전통적인 선풍기의 좌우회전은 기계식인데 비해

이 선풍기는 회전을 담당하는 모터가 달려있다.

고장의 형태는.. 항상 좌우 회전을 한다는 것.

보통 좌우회전이 되지 않는 고장이 생기던데, 이건 선풍기가 꺼져 있어도 전원만 연결되어 있으며

계속 조용히 좌우로 도리도리 한다.

분명히 계기판에는 "회전"이 Off 되어 있음도 확인했고, 리모콘도 정상임을 확인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도리도리를 멈추는 방법은 회전모터의 전원을 끊어버리는 것.

메인기판에 고장이 발생하여 계속 회전시키는 상황이 발생한것으로 보인다.

사용하다보면 좌우 도리도리가 필요할 수 없으므로, 선풍기 뒤통수에 스위치를 달아서, 좌우회전 모터로 가는 선을 ON/OFF 해 줄수 있도록 했다.

평상시에는 좌우 회전 필요없이 사용하다가 반드시 좌우회전 필요할 경우에는 뒤통수에 있는 스위치를 켜 주면 좌우회전 시작하는 모드가 된다.

그렇게 수년을 더 사용하다보니

플라스틱의 내구성이 다 했는지 목이 부러졌고, 억지로 부러진 목을 복구했으나

2년여마다 헤드 주위의 플라스틱이 금가면서 조각조각 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전에 목 관절도 한번 부러져서 포맥스+순접+글루건+케이블타이로 보강했었음)

중국산 플라스틱은 친환경인가보다.

땅에 묻더라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 분해가 이루어지는듯 하다.

이런 류의 수차례 수술을 겪은후 현재의 모양이다.

얼마나 플라스틱이 조각 조각 부서졌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까지 고쳐서 써야하나 싶기도 했지만

한참 더운 여름 밤에 갑자기 저렇게 선풍기 몸체가 후두둑 부서지면...

새것을 마련하기까지 기다리기 어렵다.

그외에도 오랜동안 써온 선풍기를 선뜻 버리기도 어렵고..

무거운 선풍기 헤드부분을 지탱하다보니

특히 저부분이 집중적으로 바스라졌다.

안에 믹스앤픽스 채워넣고, 종이클립으로 프랑켄슈타인처럼 수술하여 기존 형태를 유지하도로하여 쓰고 있는 중이다.

저당시 저녁에 할일도 없고 시간도 남아돌았었나보다.

어쨌거나 저렇게 수술한 이후, 직접 선풍기 머리를 잡은채 이동하는것은 조심해 오고 있으며

옮겨야 할때는 반드시 몸통 기둥을 잡은채 조심스레 옮기는 식으로 3년 정도 더이상 부서지지 않고

그럭저럭 유용하게 써 오고 있다.

20살짜리 중국산 선풍기가 우리집에서는 만족도 1위이다.

최근 나온 신차보다 20년전에 타던 올드카가 더 편한 그런 감성(?)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