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목 부러진 20년된 중국산 선풍기 다시 수리

xerxer 2022. 8. 18. 19:47

20년 가까이 된 중국산 선풍기를 계속 고쳐가면서 사용해 왔었다.

https://blog.naver.com/xerxer/222724137905

그동안은 금이 가면서 조각들이 떨어지는 정도였었는데

이번에는 급이 다른 큰 손상이 발생했다.

침대 옆에 두고 아내가 사용중이었는데

며칠전부터 선풍기 목이 이상하다고 몇번 말을 해 왔음에도

흘려듣다가 어제저녁에 침대 반대쪽에 있던 선풍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목 부분이 쿠키처럼 바스라져서 선풍기 머리통이 몸통으로부터 분리되어 가면서

사뭇 기괴한 모양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예전에 철심을 박아서 고정시켰던 부분들도 그 부위 주변이 전체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중이었으며

철심의 절반 정도는 이미 제 위치를 벗어나 부서진 조각을 잡아주어 고정하는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처참하다.

철심 정도로 버틸 수 있는 무게는 이미 한참 넘어선 듯 보였다.

이 각도로 보니 더 처참함.

가만히 내부 구조를 들여다 보면, 세로 방향의 힘을 버티는 격벽(?)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구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순전히 가장 겉 껍데기 표면의 힘만으로 버티고 있었던것 같다.

가뜩이나 내구성이 약한 중국산 플라스틱 재질에, 설계마저 부실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것 같다.

선풍기 머리는 끊임없이 진동을 받으면서 좌우 회전까지 하다보니

10년 훨씬 넘게 버티기는 어려웠으리라.

(그나마 계속 야금야금 수리해 오면서 써서 20년 가까이 버틴거지...)

선풍기 머리를 지지하던 부분들이 대부분 조각조각 부서지면서

선풍기 머리 무게 전체가 몸통에 쏠리다보니 남아서 지지하던 몸통도 휘면서 벌어지는 중.

중국산 플라스틱의 내구성이 이정도까지 인것 같다.

요즘에는 국산 브랜드 달고 판매되는 선풍기도 대부분 중국 제조이다보니

오래 쓰면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선풍기를 살려야 하나? 그냥 이제 보내주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아내에게는 더이상 사용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후에 구석으로 치워 놓으려고 선풍기를 밀다가

목이 아예 떨어져서 180도로 매달리게 되었다.

그나마 내부의 전선때문에 바닥에 추락하지는 않고 선풍기 머리만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모양이 되었다.

오래도록 여름을 지낼 수 있도록 지켜준 선풍기인데... 마음이 짠하다.

이 선풍기는 중국산 윈드피아 이며 특이하게도 바람 자체가 대단히 부드럽다.

16인치라서 그런가 싶어서 몇년전에 16인치를 하나 더 들여놓긴 했으나,

그 선풍기는 더 신형이고 체급도 비슷하나 바람이 거칠어서 별로 정이 가질 않는다.(아내 의견도 동일하였음)

※ 그래도 확실히 14인치와 16인치는 체급차이가 큼

이 중국산 구형 윈드피아 16인치 1호기의 팬이 연질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막연히 추측만 하고 있다.

10년쯤 사용중 좌우 회전 기능이 고장나서

전원만 들어가면 24시간 좌우회전이 지속 동작하는 고장이 발생한 상태였고

(좌우회전 모터에 스위치 달아서 조치했음)

이후 선풍기 목 주위가 수차례에 걸쳐 부서져 나가긴했으나

딸아이 태어나면서 같이 구입한 것인지라 버리려니 짠해서 함부로 버리지도 못할것 같았다.

플라스틱 전체가 세월에 의해 삭아가면서 약해져서

핀을 박아넣어서 당겨 고정하는식의 부분적인 수술로는 더이상 버티기 어려울것 같았으며

목관절 주위 전체에 대해 큰 수술이나 보강을 해야 할 상황으로 보였다.

완전히 목이 떨어져 거꾸로 늘어져 있는 선풍기를 일단 베란다에 내 놓긴했는데...

대체할만한 기구 부품이 있는지 찾아보았으나

국내 대기업 제품이라면 모를까 20년 가까이 된 중국산 선풍기에 대체 장착할만 한 부품이 있을리가 없었다.

목이 아예 떨어져 나간 큰 사건이다보니

이번에는 좀 무식하게 고쳐보고,

하다하다 안되면 그때는 포기하고 버릴 생각으로 수리를 시작했다.

(의외로 단순 무식하게 고치려니 시간도 훨씬 적게 걸렸다)

1) 에폭시로 일단 조각나고 금 간 부분을 원래 형태로 비슷하게 맞추어 준다.

2) 1.6mm 철사로 목 전체를 감아 죄어준다.

3) 철사가 아래나 위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글루건으로 고정해 준다.

4) 철사 끝에 다치지 않도록, 그리고 너무 보기 싫지 않도록 무언가로 덮어서 마무리 해 준다.

선풍기 고개 상하 각도 조절은 더이상 어려울 것이나,

선풍기 전체 높이 조절 기능이 살아있기때문에 이정도는 감수하기로 한다.

일단 떨어져 나간 선풍기 머리 뭉치를 원래 위치에 대충 고정시키고

금간 사이사이는 에폭시 본드로 보강해 준다.

에폭시 본드가 금방 굳기는 하지만, 이지경까지 목 전체가 박살난 경우에는 접착제로 선풍기 머리무게를 절대 버틸 수 없으며 에폭시 본드 역할은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고 생각됨

위치만 대충 잡아준 후 선풍기 머리는 캣타워 옆에 기대어서 자세를 유지하도록 하였음.

(캣타워가 마침 베란다 선풍기 수리하는 위치 바로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다음에 1.6mm 철사로

조각조각 부서졌던 조각을 대충 다시 주워모아 모양잡아 둔

목 둘레를 강하게 조여 고정해 주었다.

스텐레스 반도 처럼 철사 끝을 조이는 요령이 있던데,

그런 기술은 다음번에 배워두어야 이런 일 가끔 생길때 써먹을 수 있을것 같다.

롱노우즈로는 꽉 조이기 힘들어서 바이스플라이어를 사용했다.

※ 다이소에서 구입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이걸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의심했으나,

어쨌건 오늘 큰 도움이 되었다.

총 세군데 정도 철사 작업을 해 주었다.

그리고 철사가 미끄러져서 현재 위치를 벗어나지 않도록 글루건으로 고정해 주었다.

(선풍기 머리 각도가 고정되어버리다보니,

턱 밑등 부위에는 글루건 접근이 쉽지 않아서 저렇게 덕지덕지 흉한 모양이 되어 버렸다)

파손이 심했던 것이 확연히 보인다.

내부에는 글루건을 상당부 짜넣어주어 채웠으며,

이후 전기적인 고장이 발생한다면 더이상 수리는 어려울 것이며 이점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하기로 했다.

예전에 박아넣은 핀중 절반은 떨어져 나가고 절반정도만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나중에 또 고칠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혹여라도 잘려진 철사끝에 나중에라도 손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뾰족하고 날카로운 부분은 구부려 안으로 접어넣고 글루건으로 덮어 주었다.

철사만으로도 상당히 튼튼하다는 판단이었으나

앵글부속으로 목 관절을 보강해 주면 더 좋을것이므로 추가 보강도 시도해 보았으나

집에 적당한 부속이 없었다.

아래 부속은 폭이 너무 넓은데다 세로 길이가 너무 짧았고

아래부속은 세로 형태의 기역자라서 적합치 않았다.

좀 두꺼운 가로로 접힌 기역자라면 딱 좋았을텐데.... 나중에 철물점에 한번 들러 봐야겠다.

아래 T자형 부속은 너무 얇아서 선풍기 머리를 지탱하기에는 부족했다.

일단 이정도까지만 하고

마감으로 알리에서 구입해서 여러모로 써먹고 있는 고열테이프로 둘러 감아주었다.

또 1년 정도는 수명 연장을 했다.

다시 제자리로 복귀할 수 있었다.

기존에 흐느적거리면서 처져 있던 선풍기 머리도, 꼿꼿이 정면을 본 채로... 상태가 더 좋아졌다.

만 20살 채워보도록 노력해 보자.